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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프로그램

원 윈터 나잇 2 / 2월2일 공연 프리뷰


괜찮은 음악영화를 보고 나면 입에는 영화음악의 스코어들이 맴돌아 그냥 집으로 향하긴 아쉽다.
그래서 다양한 싱어송라이터의 음악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마련했다.
오늘 하루만큼은 음악, 맘껏 즐기길.

ONE WINTER NIGHT FEVER. 2012. 2. 2.

우선 첫 번째 타자 신나는 섬의 무기는 흥겨움이다. 신나는 섬은 지난해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발표한 뒤 곧이어 열린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밴드지만, 그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조금부족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나는 섬의 무대는 한번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순간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코디언(김은옥), 바이올린(최성은), 젬베(백연구), 기타(김동재·윤영철), 콘트라베이스(박상철)라는 흔치 않은 악기 구성으로 폴카, 스윙, 아이리시 뮤직 등 여러 장르를 선보이는 이들의 음악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밴드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인생의여유와 흥이 묻어난다. 소중한 자연과 일상적인 삶의 행복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이들의 욕심은 이들이 좇는 ‘여행’이라는 테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는 그저 그들을 따라나서면 된다.

장재인이 무대를 장악하는 방법은 사랑스러움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를 통해 2010년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이 ‘통기타 소녀’는, 이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사뿐히 노래하고 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뷰티풀 민트 라이프, 레인보우 뮤직 캠핑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등 각종 대형 록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에서 활약한 것은 물론, ‘그곳’ ‘겨울밤’을 비롯한 디지털 싱글과 첫 번째 EP <데이 브레이커(Daybreaker)>까지 발표하며 쉼 없는 행보를 보여온 그녀는, 정말이지 깜짝 놀랄 정도로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스럽다. 이제 막 스물을 넘은 소녀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깊고 깊은 목소리와 그와 정반대인 그녀만의 사랑스러움. 장재인의 무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비밀이다.

그리고 마지막, 김창완 밴드는 무엇으로 무대를 장악하는가. 사실이 질문이야말로 참 쓸데없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김창완’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 혹은 그가 무대 위에 기타를 잡고 서는 것만으로 종종 게임이 끝나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그야말로 한 획을 그은 전설의 밴드 산울림 시절부터 지금의 김창완 밴드까지, 썼다 하면 명곡이요, 섰다 하면 전설로 남는 무대를 선사하는 이 천재 뮤지션 앞에서는 누구라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연주력, 카리스마, 연륜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이들은 평균 연령이 요즘 데뷔하는 신인 밴드들의 큰아버지 뻘임에도 2008년 첫 EP 발표 이후 그 어떤 밴드보다도 정력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매해 열리는 크고 작은 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서며 든든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2011년에는 1집 <Bus> 이후 2년여 만에 두 번째 EP 앨범 <Damn It>을 발표하기도 했다. 멤버 보강 이후 더욱 탄탄해진 팀워크를 자랑하는 이 ‘큰형님’들의 무대는 이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신나는 섬, 장재인, 김창완 밴드. 전혀 다른 음악적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각자 걸어가는 음악적인 길도 연륜도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그들은 ‘음악’이라는 뮤지션으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로 수렴된다. 거리에서, 리얼리티 쇼에서, 그리고 그 예전 부모님의 시대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밤이다. 

Writer 김윤하(음악평론가)
마리끌레르 2월호